연말 잦은 술자리…“당신의 간은 쉬고 싶다”
술자리가 빈번해지는 연말이다. 연일 술자리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지금쯤 간은 알코올에 지칠 대로 지쳤을 터다. 술은 일종의 ‘미약’. 하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독약’이기도 하다. 지나친 얘기 같지만 실제 술에 의해 건강과 생명을 잃는 사람과 경제적 손실을 생각하면 교통사고를 능가한다. 음주 관련 폐해가 2000년 기준 14조9352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술 독성 왜 무서운가=알코올은 그 자체보다는 부산물이 독성을 일으킨다. 위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간에서 ADH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돼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한다.
혈관을 확장시켜 온몸을 단풍 들게 하고, 가슴을 뛰게 하며, ‘골 때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아세트알데히드다.
이 부산물이 분해되지 않고 쌓여 있으면 구역질·현기증이 나타나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취한 상태를 아세트알데히드 급성 독성이라면 만성 독성은 단백질(효소, 세포막의 성분)을 고정하는 일이다. 생물 표본을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이 포르말린이다.
아세트알데히드도 똑같은 일을 한다.
만일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의 단백질을 고정한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따라서 간은 제2 단계로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 효소를 사용해 아세트알데히드를 초산으로 바꾼다. 마지막으로 초산은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필름이 끊어졌다면=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취한다는 것은 알코올에 의해 뇌가 마비되는 것을 말한다.
술의 양이 적을 때는 대뇌신피질이 살짝 마비된다.
대뇌신피질은 이성을 주도하며 감정을 통제하는 곳.
따라서 동물적 본능과 (소박한)감정을 관장하는 대뇌구피질(대뇌변연계)이 해방돼 이유 없이 의욕이 넘치고, 행동이 대담해진다.
이때 계속해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될까. 차츰 대뇌변연계는 물론 소뇌까지 마비 상태에 빠진다.
대뇌변연계에는 해마라는 기억을 입력하는 부분이 있다.
또 소뇌는 근육의 움직임(운동)을 미세 조정한다. 해마와 소뇌가 기능을 잃으니 기억이 없어지거나 혀가 돌아가지 않고, 갈 지(之)자로 걷게 된다.
여기서 술을 더 퍼넣는다고 생각해보자.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서 뇌간까지 마비되기에 이른다.
뇌간은 생명을 주관하는 뇌의 사령부다.
이곳이 기능을 잃으니 의식혼탁이 오는 것이다. 이를 만취라고 한다.
다음 단계는 혼수다. 호흡 정지와 같은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원샷’ 왜 위험한가=술은 몸의 반응을 봐가며 천천히 마셔야 한다. 원샷과 같이 갑작스럽게 술을 퍼붓다 보면 갑작스럽게 몸의 알코올 농도가 올라간다.
술을 마시다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것은 이렇게 급격히 상승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뇌간까지 위협하기 때문. 이른바 급성 알코올 중독이다.
폭탄주 역시 알코올 농도를 급상승시키는 요인이다. 화학주와 곡주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데다 술을 섞어 몸에서 흡수가 잘 되는 15∼20도를 만들기 때문.
말로리 웨이즈 증후군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질환이지만 요즘같이 술을 많이 마시는 계절엔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위스키나 폭탄주 등 고농도의 알코올을 마시고 구토를 하면 식도의 압력이 갑자기 올라간다.
이때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위의 점막이 손상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술을 계속 마셔 구토를 반복하다 보면 점막하근층이 찢어지고,
이어 점막하동맥도 파열돼 심각한 출혈을 일으킨다.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토하면서 계속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술은 기분 좋게 개인 주량에 맞게 마셔야 후환이 없는 것이다. |
| 고종관 중앙일보기자 (kojokw@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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