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lf

내기골프, 만원 잃으면 체감은 20만원

Dr.Albert 2007. 8. 15. 09:09
내기골프, 만원 잃으면 체감은 20만원
기업 임원 30명에게 들어본 내기골프 경제학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로 근무하는 K과장(37).

원ㆍ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하루 100번 이상 숨가쁘게 포지션(달러 매수ㆍ매도에 대한 전략)을 바꿔 잡는 `1초의 승부사`지만 그도 가끔 이성을 잃을 때가 있다.

다름 아닌 골프장 그린에서다. 지난 7일 서울 근교 골프장에서 라운드할 때 스킨상금 2만원이 걸린 50㎝짜리 퍼팅을 놓쳐 아직도 분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K 과장에게 부여된 환차손 재량권은 무려 4억원. 매매를 하다가 하루 4억원까지 손실을 입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가 `단돈 2만원`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골프장에서 1만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나 될까.

◆ 임원 20만원…고수는 더 높아

= 매일경제신문이 주요 기업 30명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기 골프에서 1만원의 체감가치는 20만원 정도로 여기고 있다.

`20만원 정도 가치가 있다`고 답한 임원은 전체 중 60%인 18명에 달했고, 40만원 이상(3명) 30만원(3명) 10만원(6명) 순이었다.

최근 700억원대 애니메이션 펀드를 조성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C벤처캐피털의 K 대표(41)는 "내기 때 1만원은 일상 생활에서의 1만원이 아니다"면서 "자존심이 걸린 만큼 순간적인 체감가치는 10만원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권성원 원남양행 대표(36)는 "만약 5만원씩 내고 스킨스 게임을 한 뒤 단 한 번도 따내지 못했다면 그때 1만원은 최소 20만원 이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광호 나라신용정보 감사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계산에 넣는다면 1만원의 100배인 100만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골프 고수로 통하는 로 핸디캐퍼들은 1만원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설문에서 핸디캡 10 이하 고수(14명)들은 90%가 넘는 12명이 20만원 이상(30만ㆍ40만원 포함)으로 답했다.

◆ 기회비용, 효용이론 적용

= 정갑영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부총장)는 내기 골프는 일반 경제학에다 기회비용과 효용이론이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보통 1만원의 가치에 기회비용이 추가되고 주관적인 요소마저 가미돼 체감가치는 훨씬 커진다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기회비용으로 계산하면 △10시간(차에서 보내는 시간 포함) 정도 소요되는 시간적 가치와 △휴식을 포기한 대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골프 게임에서 1만원은 대략 5만~10만원에 해당한다. 그러나 막상 내기 게임을 하면 △경쟁 요소 △비교열위에 따른 자존심 상처 등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돼 1만원 가치는 다시 높아진다.

정 교수는 "만약 5만원씩 내고 스킨스 게임을 했고 거기에서 1만원을 땄다고 가정한다면 20만원의 제로섬 게임에서 처음에는 5%를 가져오지만 전체 금액이 작아질수록 1만원의 체감 가치는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골프멘털에 정통한 이택중 신경정신과개원의협 회장은 "내기 골프 특성이 돈의 체감가치를 높인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골프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이 즐기는데 이들은 마이어 프리드먼의 성격 구분상 `타입A` 특성을 지닌다.

대부분 최고경영자(CEO)에 해당하는 타입A는 다혈질이면서 공격적이고 활동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 타입A 성격은 경쟁에서 지면 무척 자존심을 상해 하면서 참지 못하는 성향을 보인다.

반대로 타입B의 유순한 성질을 타고난 골퍼들에게는 1만원 가치는 그저 재미 수단에 불과하다.

이택중 회장은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 CEO들이 내기 골프에서만큼은 1만원을 그렇게 아까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