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골프시즌을 맞아 평소 약간의 불만을 갖고 있던 드라이버를 바꿀 요량으로 토요일 오후 골프 클럽을 사러 나갔다.
마음에 두고 있던 드라이버를 찾아서 가격표를 보고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은 94만원이었다.
내친김에 아이언 세트 가격도 보았다.
그것은 220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일본 출장 중 들렀던 현지 골프숍에선 똑같은 드라이버 가격이 6만4천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0만원인데 국내 골프숍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94만원이다.
정확히 1.88배이니 약 2배 가격을 받는 셈이다.
원화 강세로 수출 업체들은 힘들다고 야단인데 골프용품 가격은 환율에도 아랑곳없이 요지부동이다.
물론 관세, 운송비, 재고 부담 금액 등 비즈니스 관점에서 현지 가격보다 어느 정도 비싼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현지 가격 대비 2배를 받는 것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 세트도 마찬가지다.
일본 현지에서는 4번 아이언부터 피칭웨지까지 7개 아이언의 가격이 10만엔, 우리 돈으로 78만원 정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웨지 두 개를 강제로 더해서 220만원을 내라고 한다.
(아이언 세트를 바꿔도 웨지는 전에 쓰던 클리블랜드나 게이지디자인 등 웨지 전문 회사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꿀 일이 없다.
쓰지도 않는 웨지 두 개를 강매당하는 셈이다.
) 이것도 2배가 넘는 가격이다.
가격표를 보고는 드라이버를 개비하려던 마음이 싹 달아났다.
값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내가 바보 취급을 당한다는 사실에 더욱 분개하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옥션이나 G마켓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골프 클럽은 가격 거품이 많이 빠져 있다.
미국이나 일본 현지 가격에 환율을 곱하고 운송비와 관세를 더하면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격이 된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을 덥석 구입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을 병행수입 제품이라고 이르는데미국제 골프 클럽들, 예를 들면 캘러웨이나 테일러메이드 같은 유명 상품들은 미국 스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샤프트가 단단하며, 그립이 굵고, 클럽의 총 중량도 10%가량 무겁다.
40~50대 골퍼들이 사용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사양이다.
40대 골퍼들이 선호하는 드라이버의평균 무게는 290그램 정도인데 미국 스펙의 드라이버들은 대개 320그램 정도기 때문에 평소의 스윙스피드보다 느려지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가 물건을 직접 보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골프 클럽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보통 골퍼들은 온라인에서골프 클럽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문제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정품인지 중국에서 만든 가짜 상품인지, 믿을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병행수입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골프숍들이다.
여의도 KBS별관 뒤편, 역삼동 상록회관 뒤편, 강남역 근처 등지에 병행수입품 전문 숍들이 모여 있다.
이 숍들은 미국제, 일본제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데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을 매겨놓고 있다.
현장에서 실물을 보고 설명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심지어는 구입일로부터 1년 동안 무상 애프터서비스도 제공한다.
골프와 관련된 수입 상품의 한국 가격은 골프 클럽뿐 아니라 골프화 심지어는 티셔츠까지도 현지 가격의 2배 혹은 3배까지받는다.
상류계층만 골프를 즐기던 시절에는 통하던 얘기일지 몰라도 특별소비세도 없어지고, 400만이 넘는 사람이 골프를 즐기게 된 지금 시점에서는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
소비 행동 패턴의 변화는 느리게 나타나지만 소비자는 대단히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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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프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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