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lf

[골프] 긴 홀이 벙커보다 무섭다

Dr.Albert 2007. 8. 15. 08:30
[골프] 긴 홀이 벙커보다 무섭다

내 드라이버샷 거리는 평균 220야드. 대개의 경우 파4홀의 길이가 370야드 정도이니 핀까지 남은 거리가 150야드 정도가 된다. 7번 아이언 혹은 6번 아이언으로 충분히 온 그린을 노릴 만하다. 거리가 비교적 짧은 코스, 예를 들면 포천 아도니스 골프코스나 뉴서울 남코스 같은 곳에서는 평균적인 드라이버샷을 때려놓으면 피칭웨지 거리의 세컨드 샷이 남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인지 거리가 짧은 코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70대 타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 거리가 길기로 소문난 레이크사이드 남코스에서 라운딩이 있었다. 총 거리 7400야드, 파4홀의 평균 거리 420야드. 파3홀은 평균 200야드였다.

계산을 해보자. 420야드 파4홀에서 220야드 드라이버샷을 때리면 200야드가 남는다. 거의 드라이버샷 거리를 때려내야만 온 그린이 가능한 상황이다. 죽을힘을 다해 5번 우드로 세컨드 샷을 하면 간신히 그린 앞자락에 온 그린이 된다. 내 실력으로는 5번 우드가 좌우로 휘지 않고 제대로 맞을 확률이 50%를 간신히 넘어서는 정도다 보니 한 홀 걸러 한 번씩은 그린 주위의 깊은 러프에서 서드 샷을 때리고 있거나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헐떡거리고 있었다. 투 온에 성공한 홀도 파를 잡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15미터 남은 퍼팅. 투 퍼트만 해도 훌륭하다고 할 만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파5홀 하나에서 버디를 잡는 바람에 겨우 80대 스코어를 지킬 수 있었다.

36홀을 돈 것 같은 길고 긴 라운딩이 끝나고 스코어카드를 세밀히 살펴봤더니 400야드보다 짧은 파4홀에서는 거의 파를 했고, 400야드가 넘는 홀에서는 보기 혹은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심지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트리플보기도 두 개나 있었다. 무리해서 드라이버샷 거리를 내려고 최대의 스윙 스피드로 때린 볼이 OB가 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말골퍼에게 있어서 제일 어려운 골프 코스는 거리가 긴 코스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린과 그 주변을 아무리 어렵게 꾸며놓아도 거리가 긴 홀에는 못 당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근력이 떨어지는 골퍼들은 거리가 긴 골프 코스를 매우 싫어한다. 40대까지는 80대 초반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해도 근력이 떨어지면 드라이버샷 거리가 줄어들고 아이언샷 거리도 이에 비례해서 줄어든다.

제아무리 힘을 써서 드라이버샷을 때려도 세컨드 샷 남은 거리는 180야드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으니 언제나 세컨드 샷은 3번 우드로 때릴 수밖에 없다. 스코어는 100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이쯤 되면 골프가 즐거움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천이 돼버린다. 고로 연세 드신 골퍼들이라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레드 티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래서 어떤 골프 코스에서는 옐로 티 혹은 실버 티라는 이름으로 레드 티와 화이트 티 사이에 (사실은 레드 티에 더 가깝게) 특설 티잉 그라운드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이런 티가 마련돼 있다면 무조건 여기서 플레이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일 내기 골프에서 하수들을 혼내주려면 무조건 거리가 긴 골프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그린이 아무리 어렵고, 벙커가 아무리 깊다고 해도 하수들은 긴 거리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