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lf

[골프] 한 번에 하나씩만 고치자

Dr.Albert 2007. 8. 15. 08:12
[골프] 한 번에 하나씩만 고치자

나는 연습장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다. 코치 없이 혼자 연습장에서 볼을 때리면 기량이 향상되기는커녕 나쁜 버릇만 몸에 붙기 때문이다. 대신 필드에 나갔을 때 실전과 아울러 진짜 연습을 한다. 그렇다고 골프를 자주 치는 것도 아니다. 2주일에 한 번 정도 플레이를 할 뿐이다.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도 잦고, 봄·가을 골프 시즌에는 왜 그리도 경조사가 많은지. 연습장도 가지 않고, 라운딩도 많이 하지 않으면서 80대 초·중반 스코어를 지키는 비결은 ‘실전 연습법’, 다른 말로 ‘테마가 있는 라운딩’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치러 나가는 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오늘의 테마를 정한다. 예를 들면, ‘다운스윙을 할 때 양쪽 겨드랑이를 붙이고 내려온다’ ‘체중 이동을 정확히 한다’ ‘상체가 목표 방향으로 딸려나가지 않도록 상체를 지킨다’ ‘아이언샷에서 허리 굽힘 각도(전경각도)를 끝까지 지킨다’ 등이다. 이처럼 그날 실천해야만 하는 테마를 딱 한 가지 정한다. 여러 개의 테마를 설정하면 하나도 지킬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꼭 한 개의 테마만을 설정해야 한다.

지난주 내 테마는 상체가 목표 방향으로 딸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테마를 설정했던 이유는 지난번 라운딩 때 자꾸 상체가 목표 방향으로 딸려나갔기 때문이다. 상체가 딸려나가니, 임팩트 순간에 클럽 페이스가 열려서 드라이버샷이나 아이언샷에 슬라이스가 생겼다. 또 정확한 임팩트가 만들어지지 않아 거리가 죄다 짧아지는 문제도 있었다. 사실 이런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전문적인 레슨 프로가 아니라면 쉽사리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80대 중반 정도의 골퍼들은 대개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다. 예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해서 고생 끝에 해결한 경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제의 원인을 모르겠으면 원 포인트 레슨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면 된다. 원 포인트 레슨 비용은 대개 5만~10만원 선이다.

‘상체를 지킨다’는 테마를 잡고 라운딩에 나섰던 지난 주말. 첫 홀에서 티샷을 준비할 때 나는 모든 관심을 상체를 지키는 데 쏟았다.

티잉 그라운드 밖에서 연습 스윙을 열 번 이상 하고 첫 티샷을 때리기 직전 소리를 내서 “상체를 지킨다”라고 세 번 중얼거린 다음 볼을 때렸다. 볼은 잘 날아가서 페어웨이 가운데 정확히 안착했다. 거리도 마음에 들고 탄도도 좋았다. 150야드 남은 세컨드 샷. 다른 플레이어들이 세컨드 샷을 하는 동안 나는 페어웨이 가장자리에서 7번 아이언을 들고 “상체를 지킨다”라고 중얼거리며 연습 스윙을 10여차례 했다. 내가 칠 차례가 돌아왔을 때 또다시 세 번 중얼거리고 세컨드 샷을 때렸다. 역시 볼은 잘 맞아 그린에 안착했고 아까운 버디 퍼팅을 놓치고 첫 홀에서 파를 기록했다. 전반 나인을 이런 식으로 플레이한 결과 스코어는 아주 좋았다. 4개 오버, 40타. 그러나 중간에 잠깐 쉬면서 맥주를 마신 게 화근이었다. 후반 들어 갑자기 난조가 찾아왔다. 티샷한 볼이 좌우로 날아가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간신히 쓰리 온, 투 퍼팅, 보기로 막아가면서 서너 홀을 돌았다. ‘대체 왜 이러지?’ 그러다가 갑자기 상체 지키는 것을 그새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차, 또 잊어버렸구나!’ 캐디에게 볼펜을 빌려 장갑 손등 쪽에 ‘상체 지킴’이라고 썼다. 어드레스를 하면 자연히 보이는 위치다. 잊어버릴 염려가 없다. 괜찮은 스코어로 라운딩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길에 동반 플레이어 중 한 사람에게 슬쩍 내 장갑을 보여줬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씩 웃으며 자기 장갑을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고들개(‘고개 들면개XX’의 약자)’라는 글씨가 매직펜으로 씌어있었다. “비가 오면 지워질지도 몰라서….” 우리는 서로 손뼉을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오랜만의 박장대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