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이언을 교체했다.
경량 스틸 샤프트를 장착한 아이언 세트(5번 아이언 기준 398그램)가 아무래도 무거운 것 같아 그래파이트 샤프트가 장착된 최신형 아이언(5번 아이언 기준 360그램)으로 바꿨다.
클럽의 길이도 동일하고 로프트도 큰 차이가 없었다(5번 아이언 기준으로 예전 아이언은 24도, 최신 아이언은 23도). 거리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만 샷을 할 때 편하고, 한 라운드에 2번 정도 뒤땅을 치던 것이 한 번 정도로 줄었으며, 임팩트 순간에 두꺼운 샷을 치는 것 같은 감각이 조금 덜해진 정도의 차이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아이언의 모양도 예쁘고, 새것이다 보니 상처도 없이 반짝반짝해서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라운딩을 나가기 전날 밤 5년 전에 구입해서 몇 년간 사용했던 그래파이트 아이언을 골프백에 집어넣고 필드로 나갔다.
이 아이언도 그래파이트가 장착된 아이언 치고는 상당히 무거운 편에 속한다(5번 아이언 기준 380그램). 경량 스틸과 최신형 그래파이트의 딱 중간 무게를 갖고 있는 아이언이다.
필드에서 볼을 때리면서 깜짝 놀랐다.
경량 스틸, 최신형 아이언, 5년 전 아이언 등 세 종류의 아이언으로 친 결과가 별 차이가 없었다.
스스로 느끼는 굿샷의 개수도 비슷했고, 거리도 별 차이가 없었으며 심지어 스코어에 있어서도 별 차이가 없었다.
끔찍한 실수들, 예를 들면 심한 슬라이스라든지 생크 등은 오히려 가장 최근에 구입한 제일 가벼운 아이언에서만 벌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무게가 너무 가볍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대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아이언 세트를 바꾼 메리트는 무엇일까. 결론은 기분이 좋았다는 것뿐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전혀 없는 짓을 한 셈이다.
2003년 이후에 나온 아이언 세트들은 과학적으로 볼 때 별 차이가 없다.
단지 무게가 다르다(샤프트의 종류가 DG S300, 경량 스틸, 그래파이트)는 것과 페이스 면이 머레이징이냐, 단조 혹은 티타늄 페이스냐 정도의 차이뿐인데 그것도 퍼포먼스에 끼치는 영향이 별로 없다.
아주 오래된 아이언, 예를 들면 핑 아이2를 사용하다가 최근에 나온 아이언으로 바꾸는 경우라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만 2003년 이후에 나온 아이언을 2007년 버전으로 바꾸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이다.
골프 클럽 메이커는 이 말을 들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 펄펄 뛰겠지만(비즈니스가 안 될 테니) 골퍼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언을 교체할 때는 신중하게 선택하되, 일단 구입했다면 5년은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다.
이는 드라이버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신형 드라이버는 “20야드 더 나간다”고 씌어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골프 클럽 메이커의 논리대로라면 2년에 한 번씩 드라이버를 바꾸는 나는 지금쯤 400야드 드라이버샷을 때리고 있어야 옳다.
하지만 아직도 내 드라이버샷 거리는 드라이버를 아무리 바꿔도 230야드에 고정되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