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인원하면 3년간 재수 좋다는데… | |||||||||
지난 4월 경기도 남양주에 소재한 현대해비치CC에서 생애 첫 홀인원의 행운을 안았다. 동반자는 물론 동료, 친구들에게도 점심과 저녁을 쏘며 기쁨을 나눴다. 돈도 제법 들어갔지만 홀인원하면 3년간 재수가 좋다는 말을 듣고 하루하루가 기뻤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실장의 홀인원 소식을 뒤늦게 안 회장이 홀인원을 사면 되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꿈을 파는 것처럼 홀인원을 팔 것을 제의한 것이다. 마침 홀인원 기념 공을 만들던 K실장은 회장이 이 돈을 대준다는 조건으로 회사에 홀인원을 팔았다. 두 달 후 이 회사는 1조1000억원짜리 아파트공사를 수주했다. 김 실장은 "공사 수주가 홀인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몰라도 너무 기뻤다"며 "가정과 회사가 모두 잘되면 좋겠다"고 연신 싱글벙글했다. ◆ 홀인원 행운 정말 3년 재수 있나? = 올해 초 한 잡지에서 홀인원이나 앨버트로스 주인공 31명에게 `행운과 3년 재수`와의 관계를 물은 적이 있다. 이들 중 3분의 2는 행운을 믿었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했고 가정도 평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운은커녕 돈만 깨졌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통계학적으로 주말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 1 정도라고 한다. 사실 이 엄청난 확률을 성공시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무척 큰 행운이다. 이후 행운의 효력은 개인적인 성격에 좌우된다는 견해가 많다. 미국에서 골프 심리학을 배운 정신과 의사 이택중 씨는 "홀인원을 하면 분명 정신적으로 강해진다.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자신이 운이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활 속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행운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에 의해 행운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홀인원 했다고 무조건 행운이 따른다고 볼 수는 없다. 정말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지금 당장 홀인원 하기 위해 골프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홀인원을 한 사람들도 대부분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사고를 갖고 있다. ◆ 홀인원 한 유명인은 성공했을까? = 홀인원에 관한 한 최고 CEO는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다. 골프 경력 40년 동안 다섯 번의 홀인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홀인원 한 번에 3년 재수가 좋다고 하니 적어도 15년간은 회사가 큰 탈 없이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곤지암CC에서 앨버트로스를 해 화제가 됐다. 홀인원 당시에는 LG텔레콤을 이끌었으나 중도하차하고 작년 말 LG전자의 사령탑인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올랐다. 홀인원의 행운이 LG전자 부회장직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 3월 홀인원의 행운을 잡은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있다. 국책은행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한 강권석 은행장은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한 결과 올 상반기 은행 영업대전에서 예금과 대출 모두 성장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했다고 한다. 행운과 불운이 동시에 찾아온 것.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2003년 가을 홀인원을 하고 `3년 재수`를 따냈는지 다음해에 총리가 된 적이 있다. `탱크` 최경주는 2001년 5월 미국 PGA투어 컴팩클래식에서 홀인원을 했다. 당시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다음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쥠으로써 `홀인원=3년 재수`를 입증했다. 물론 홀인원의 행운이 오히려 독이 된 선수들도 있다. 최근 미국 LPGA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모건 프레셀은 최종일 홀인원을 하고도 불운에 눈물을 흘렸다. 홀인원의 행운은 오히려 이를 본 박세리에게 돌아갔다. `1년 재수`가 `3년 재수`를 이긴 셈이다. 박세리는 당시 "프레셀의 홀인원이 경기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1993년 남자골프 월드컵 프로암에서 홀인원을 한 박남신은 본 대회에서 실격당했고 2004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 홀인원을 한 타이거 우즈는 프로전향 후 가장 저조한 성적(22위)을 내기도 했다.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대기업에 다니던 한 부사장은 홀인원 한 후 그해 바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발생한 적도 있다. ◆ 홀인원 행운에도 급이 있다? = 홀인원 하면 흔히 당사자는 `3년 재수`, 지켜본 사람은 `1년 재수`가 통용된다. 그러나 홀인원에도 급이 있다. 최고 홀인원은 티샷한 공이 그대로 컵에 꽂히는 것. 눈 깜짝할 새 공이 사라지니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두 번째는 백스핀을 먹고 뒤로 흘러내려서 들어가는 것이다. 핀 앞쪽에 떨어진 뒤 굴러가다 깃대를 맞고 떨어지는 홀인원은 가장 자주 보는 종류다. 미스샷을 했는데 나무나 돌을 맞고 튕겨서 홀인원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첫 샷이 OB나 해저드 지역으로 들어간 뒤 다음 친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는 `OB 홀인원`이다. 이 홀인원에 `3년 재수` 운운하며 한 턱을 내라고 하면 욕 먹지 않는 게 다행이지 않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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